자가면역질환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오인해 공격하는 질환으로,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건선, 강직성 척추염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이들 질환이 장 건강, 특히 장내세균과 장벽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가면역질환과 장의 연결성에 대해 장누수, 염증 사이클, 식사법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장누수와 자가면역 반응
장 점막은 음식물, 세균, 독소의 체내 침입을 막는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장벽이 약해져 점막 세포 간의 결합이 느슨해지면 장누수(leaky gut)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외부 물질이 혈류로 침투하면서 면역계가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특정 단백질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성되고, 이것이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평소 만성 소화불량, 복부 팽만, 잦은 피로, 피부 트러블 등을 경험한 경우, 장 점막의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한 사례에서는 평소 잦은 설사와 피로를 겪던 40대 여성이 장 환경 개선 후 관절 통증과 피부 가려움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무너지면 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장누수는 단순한 소화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염증 사이클과 면역의 혼란
장내세균의 불균형은 염증 유발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는 장 점막뿐 아니라 전신에 걸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염증 매개물질인 TNF-α, IL-6, IL-1β 등이 혈류로 퍼지면서 관절, 피부, 혈관, 신경계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염증 사이클이 고착화되어 면역계의 혼란이 지속되고, 증상이 만성화되기 쉽습니다. 특히 장에는 전체 면역세포의 약 70% 이상이 집중되어 있어, 장내 환경이 안정되지 않으면 전신 면역 균형도 회복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장 트러블이 심한 날에는 관절 통증이나 피부 가려움도 함께 심해지는 경향이 관찰되며, 이는 장과 전신 면역 사이의 밀접한 연결성을 보여줍니다.
자가면역질환에 적합한 식사법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는 장을 자극하지 않고 면역계를 진정시키는 식단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AIP(Autoimmune Protocol) 식단이 있습니다. 이 식단은 염증 유발 가능성이 있는 곡물, 유제품, 콩, 견과류, 설탕, 가공식품을 제외하고, 항염 효과가 있는 자연식 위주로 구성됩니다. 이외에도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 아보카도, 올리브유, 발효채소, 유산균 보충제, 저자극 채소(브로콜리, 호박, 당근 등) 등이 권장됩니다. 초기에는 글루텐, 유당, 카페인 등 자극 요소를 일시적으로 배제한 뒤 개인 반응에 따라 천천히 식품군을 늘려가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미음 형태의 식사로 위와 장을 보호하고, 점심과 저녁에는 삶은 채소, 흰살 생선,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곁들이는 식단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식사 조절은 면역계를 안정시키고, 약물 의존도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