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알레르기 체질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음식 알레르기, 약물 반응 등 다양한 유형의 알레르기 위험도를 유전적 변이를 통해 확인하고, 개인 맞춤형 식단이나 환경 조절을 설계하겠다는 목표인데요. 정말 유전자 분석만으로 알레르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유전자 검사로 가능한 알레르기 예측의 원리, 한계, 그리고 활용 방법에 대해 살펴봅니다.
1. 유전자 분석으로 알레르기를 예측하는 원리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특정 물질(항원)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상태입니다. 이 면역 반응의 민감도는 개인의 유전자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HLA 유전자군(인체 백혈구 항원)은 면역 반응의 방향성과 민감도에 큰 역할을 하며, 일부 알레르기 질환(예: 아토피, 천식, 식품 알레르기)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이 연구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HLA-DQ2 또는 HLA-DQ8 변이를 가진 사람은 셀리악병(글루텐 알레르기) 발병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IL-4, IL-13, FCER1A와 같은 염증 반응 조절 유전자도 알레르기 유발 경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전자들의 영향력은 단독으로 결정적이지 않으며, 생활환경, 노출 빈도, 식습관 등과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2. 유전자 분석만으로 예측 가능한 한계
유전자 검사를 받고 받은 첫 인상은 “생각보다 결과가 애매하네?”였습니다. 저는 음식 알레르기가 자주 있었는데, 검사에서는 ‘밀, 유제품, 견과류에 민감할 수 있음’이라는 매우 일반적인 문구만 제공됐습니다. 결과는 참고 정도였고, 실제 생활에서 겪는 알레르기 반응과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의학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의 김성재 교수는 “유전자는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을 암시할 뿐, 현재 상태를 진단하거나 직접 예측하는 수단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2021년 유럽알레르기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도 유전자 단독 분석으로 알레르기 발병 여부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즉, 유전자 검사 결과는 **참고자료이지, 확정 진단이 아닙니다.**
3. 유전자 분석 결과, 어떻게 활용할까?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위험 요소를 미리 알고 예방적 생활습관을 계획하는 용도”**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① 식품 선택에 참고: 유당 불내증, 글루텐 민감성, 견과류 알레르기 등은 유전자 검사 결과와 실생활 증상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알레르기가 유전자에 기반하지는 않으므로, ‘반응 여부’는 몸의 실제 반응을 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② 환경 조절: 꽃가루, 먼지, 곰팡이 알레르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공기청정기, 침구 관리 등 환경적 요인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③ 전문가 상담 병행: 검사 결과를 의료진과 공유하면, **알레르기 검사(혈액, 피부 반응 등)**와 함께 더 정확한 진단과 식단 설계가 가능합니다. 검사 결과만으로 스스로 모든 판단을 내리는 건 피해야 합니다.
유전자 분석으로 알레르기 경향을 파악하는 기술은 발전 중이며, 생활 습관 관리와 조기 대응 측면에서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독으로 알레르기를 진단하거나 확정하는 수단은 아니며, 자신의 생활 패턴과 실제 증상을 함께 고려해 활용해야 가장 효과적입니다.